2007년 11월 07일
10만원권 초상과 김구에 대한 생각
한국은행은 새로 발행되는 10만 원 권에 실리는 초상인물로 김구와 신사임당을 확정했다. 그 과정에서 이런저런 반대 의견도 있으나 반대의견이 아주 없는 결정은 없을 것이다.
어쨌든 김구가 10만 원 권의 초상으로 결정된 것은 상징적인 면에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그가 일제의 압제에서 벗어나려 독립운동을 한 대표적인 인물이고 또 민족의 분단을 막으려 애쓰고 그것을 위해 목숨을 바친 인물이기 때문이다. 분단을 넘어 통일을 지향해 가는 이 시점에서 그가 중요한 이유이다.
그럼에도 김구가 한국사회에서 바로 이해되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많은 정치인들이 요즈음 입만 열면 김구를 존경한다고 이야기한다. 또 김구의 글 가운데 일부를 외우고 다니며 써 먹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그들이 진정으로 김구를 존경해서 그러는 것 같지는 않다. 진심이 느껴지지 않는다.
백범 김구는 한국사회에서 오랫동안 제대로 평가를 받아오지 못했다. 냉전시대에는 분단을 원천적으로 거부하는 그의 행위는 사실상 금기에 해당하는 것이었다. 따라서 그와 그가 대표하는 한국 민족주의는 계속 핍박을 받지 않을 수 없었다.
80년대 말 이후 한국현대사 연구가 본격화되었으나 처음 현대사 연구를 주도한 젊은 연구자들 가운데에는 시대 분위기에 따라 좌파 성향의 사람들이 많았다. 그러니 그가 우익의 반동적인 인물로 몰릴 것은 당연했다. 일제시기에 좌익과 계속 투쟁을 해왔고 해방 후에는 반탁 운동에 앞장섰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제 시기 좌익인물 가운데에는 계급 노선을 강조하고 조국을 부인하는 사람들도 많았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의 행위가 이해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또 해방을 앞둔 시점에서는 좌익을 포용하려는 태도도 취했다.
그가 모스크바 삼상회의의 결정에 반대하는 반탁운동을 주도했고 그 과정에서 이승만의 우익집단과 손을 잡은 것은 사실이다. 공산주의자들이 찬탁으로 나가면서 전선이 단순화되었기 때문이다. 지금도 삼상회의의 결정에 따라 강대국들의 신탁통치를 받았으면 통일이 쉬웠을 것이라는 환상을 가진 사람들이 있으나 그것은 냉엄한 국제정치의 현실을 잘 모르는 이야기이다.
또 그는 이승만을 중심으로 하는 우익세력이 단정으로 태도를 바꾸자 즉시 그와 결별했고 1948년의 총선에 불참했다. 북의 좌익과 남의 우익이 모두 외세에 기대어 단정을 수립하려는데 반대하고 정치적 자살을 감행 한 것이다. 대신 남북협상을 통해 통일의 가능성을 찾으려고 애썼다.
물론 분단이 거의 확정된 당시 상황에서 민족주의를 내세우는 그의 중도적이고 자주적인 노선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기는 힘들었다. 오히려 김일성에게 이용된 측면도 있다. 그러나 분단을 막고 뒤에 올 6.25라는 민족적 비극을 막으려는 그의 노력이 과소평가되어서는 안 될 것이다. 현실에서는 패배했으나 정신적으로는 승리했다고 할 수 있다.
오늘 한국사회에서 민족에 대한 생각은 점점 약화되고 있다. 민족주의도 이제 낡은, 시대에 뒤떨어진 이데올로기 취급을 받는다. 세계화 시대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민족주의의 부정적이고 억압적인 성격만 강조된다. 파시즘으로 몰아붙이는 한심한 사람들까지 있다. 세계를 지배하려는 미국 등 서양인들의 생각에 세뇌되어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금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세계는 극심한 변화과정 속에 있다. 지구온난화가 악몽처럼 다가오고 있고 식량난도 가시화되고 있다. 석유 등 자원을 둘러싼 국제적 경쟁도 점점 치열해지고 있다. 이라크 전쟁이 남의 일이 아니다. 곧 비슷한 전쟁들이 꼬리를 물게 될 것이다.
동아시아만 해도 중국과 일본의 민족주의는 갈수록 강화되고 있다. 군비경쟁이 가속화되고 있다. 우리 산업이 중국과 일본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라고 하나 사실은 분단된 한반도가 두 나라 사이에서 샌드위치 신세이다.
섣부른 세계주의나 평화주의만을 부르짖을 때가 아니다. 한국의 국제적 위상이 조금 올라가고 배가 부르다고 딴소리를 하고 있는데 그렇게 한가한 때가 아니다. 정신을 차려야 하고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 돈에 새겨진 과거의 인물로서가 아니라 한국인의 정신적 사표로서 김구를 되살려 내야 할 이유이다.
강철구 / 이화여대 교수 . 민족미래연구소 이사장
# by | 2007/11/07 10:00 | 시론 및 기고문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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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철구 교수님. 대단하십니다. 배웠다는 분이 그런 말
씀을 하시다니 ....., 현직 교수가... 이 나라의 앞길이 걱정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