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미연 리포트] <18> 자영업자의 붕괴,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민미연 리포트-다시 한국을 생각한다] <18> 자영업자의 붕괴, 이대로 방치할 것인가?


우리나라는 전체 경제활동인구 중 자영업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매우 높다. 2010년 8월 현재 전체 취업자 2345만 명 가운데 자영업자 수는 612만 명이다. 적정 숫자로 추산되는 400만 명보다 무려 200만 명 이상이 많다.(문선웅, 전인우의 연구)

여기에 무급 가족 종사자 145만 명을 합치면 모두 757만 명이다. 전체 취업자수의 31.3%에 달한다. 말하자면 전체 취업자 열 명 가운데 세 명 정도가 자영업에 종사할 정도로 많다.

이것은 세계적 수준에서는 어느 정도일까? 2008년 OECD 국가들의 평균은 15.8%이다. 그러니 한국은 그 두 배 정도가 된다. 독일이나 미국에 비해서는 무려 세, 네 배가 많다. 한국보다 높은 나라는 그리스 35.1%, 멕시코 33.9%, 터키 39.0%의 세 나라이다.

그러나 이 나라들은 모두 관광산업이 발달한 나라로서 한국과는 사정이 다르다. 따라서 이들 나라를 빼면 한국의 자영업자 비율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자영업자 수가 많은 주된 원인은 무엇보다도 일자리가 크게 부족하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정리해고를 당한 많은 사람들이 슈퍼나 치킨, 피자가게 등 생계형 업소를 열었다. 그래서 자영업자 수가 1996년의 241만 명에서 2008년의 473만 명으로 근 두 배가 되었다. (2010년 5월30일 자 <프레시안>)

게다가 외환위기 이후 대기업은 가능한 한 일자리를 늘리지 않으려고 했다. 또 중소기업은 그렇게 할 능력이 없다. 그러니 먹고살려면 자기가 직접 업소를 차리는 수밖에 다른 방법이 없다.

최근에는 40, 50대 조기퇴직자가 증가하고 평균 수명도 매년 증가하고 있으니 자영업에 뛰어드는 사람의 수도 늘 수밖에 없다. 그래서 2011년 10월에는 50대 이상의 자영업자 수가 무려 310만 명으로 역대 최고치를 나타내고 있다. 그만큼 중년, 노년층의 살림이 팍팍해지고 있다는 증거이다.

자영업자 가운데 많은 사람들이 도·소매업과 요식·숙박업에 몰려 있다. 도·소매업이 37.1%, 음식·숙박업은 32.0%로 두 부문을 합하면 근 70% 수준이다.(2007년 OECD 자료) 그것은 별 경험이나 기술 없이도 뛰어들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러니 경쟁력이 있을 리 없다. 너무 많은 사람이 몰려 있으니 경쟁도 치열하다.

또 많은 사람들이 생계를 위해 소자본으로 뛰어들기 때문에 규모의 영세성을 피할 수 없다. 그래서 2009년의 경우 4인 이하 영세업체의 비중이 90%이다. 또 전체 자영업자 중 혼자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이 70%를 넘는다. 규모가 너무 작다.

경쟁이 치열하고 규모가 영세하므로 수익을 내기가 힘들다. 소득수준이 낮을 수밖에 없다. 2010년 7월 현재, 전체의 30.8%에 달하는 업소의 월평균 순이익이 100만 원 이하이다. 적자이거나 아예 수입이 없는 경우가 26.8%이다. 전체의 평균 순이익은 149만 원에 불과하다.

그래서 과거에는 사장님 소리를 듣고 스스로도 중산층으로 생각하던 자영업자들의 소득이 이제는 임금노동자보다도 못한 상태로 떨어졌다. 중산층은커녕 이제는 더 이상 한국사회에서 자부심을 가지고 살기가 어렵게 된 것이다.

소득이 적으니 부채도 매우 많다. 2011년 말 자영업자의 대출액은 102조 8000억 원으로 1년 전의 92조 8000억 원보다 11%가 증가했다.(2011년 12월18일 자 <조선일보>) 급하게 증가하고 있다. 또 가계대출의 상당 부분이 자영업자의 대출이므로 그 전체 크기는 잘 알 수 없으나 25% 이상으로 추측된다.

이렇게 빚이 많고 잘 벌지 못하니 현상유지조차 어렵다. 휴·폐업이 속출한다. 한해에 수십만 명이 문을 닫고 다시 수십만 명이 창업을 한다. 5인 이하의 업소가 창업한 후 5년간 생존하는 비율은 15% 대에 불과하다

결국 자영업에 뛰어드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몇 년 내에 파산한다고 보는 것이 현실적인 판단이다. 그러면 최소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을 날린 채 손 털고 나올 수밖에 없다. 따라서 이들은 언제라도 중산층에서 빈곤층으로 전락할 위협에 처해 있다.

자영업자들의 사정이 이렇게 어려워진 데에는 다른 외부적 이유도 있다. 2000년대에 들어와 대기업들이 자영업의 영역에 대거 침투해 들어왔기 때문이다. 가장 눈에 띄는 것이 소매업 부문이다.

특히 대형마트의 등장이 치명적인 타격을 가했다. 대형마트는 1996년에 34개였으나 그 후 급격히 늘어 2006년 331개, 2009년 5월에 393개로 전국적으로 거의 포화 상태에 달해 있다.

그런데 대형마트 하나가 특정 지역에 진출하는 순간 그 상권 내에서 약 150개의 점포가 사라진다고 한다. 그러니 현재 대형마트의 수를 약 400개로 잡으면 약 6만 개의 소규모 점포가 사라진 셈이다.

최근에는 대형마트 진출에 대한 반발이 심하고 여건도 여의치 않으니 대기업들이 기업형 슈퍼(SSM)이라는 큰 규모의 슈퍼 체인점까지 열기 시작했다. 그리고 갖가지 편법, 탈법을 일삼으며 골목상권을 잠식하여 자영업자들과 분쟁을 벌이고 있다. 롯데, GS, 홈플러스 같은 대기업이 그 대표적인 예이다.

또 길거리마다 수없이 들어선 편의점들이 개인이 운영하는 구멍 가게들을 몰아내고 있다. 편의점 수는 2007년에 1만 개였으나, 2011년 7월 말에 전국적으로 1만8700개에 달할 정도로 급격히 늘었는데 이는 기업형 슈퍼와도 달리 출점 규제가 없기 때문이다. 이 편의점들도 보광, GS, 롯데의 3개 대기업이 거의 1/3씩 나누어 지배하고 있다.

소매업뿐만이 아니다. 통닭, 피자, 빵, 커피, 요식업, 자동차정비점 등 이익이 남는 온갖 부문에 무차별적으로 뛰어들어 자영업자들의 시장을 빼앗고 있다. 그러니 자영업자들이 먹고살 건더기가 없다.

▲ 대형마트가 치킨까지 싼값에 대량으로 판매하여 주변 영세 상인들의 삶을 빼앗 는 못된 짓을 벌이고 있다. ⓒ연합

이렇게 소상공인이나 자영업자들이 문을 닫으면 그런대로 안정된 일터가 사라지고 대신에 대형마트나 기업형 슈퍼가 고용하는 저임의 비정규직만 늘어날 뿐이다.

그러면 자영업자들의 이러한 위기에 대해 역대 정부와 정치권은 어떻게 대응해 왔을까?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사태를 악화시키는 방향으로 정책을 취해왔다. 이것은 김대중 정권은 물론이고 서민 정부를 표방했고 자영업자 문제가 첨예하게 된 노무현 정권에서도 마찬가지이다.

노무현 정권에서는 대형마트 진출과 기업형 슈퍼의 상권 침입에 대한 재래시장이나 동네 상권의 반발과 민원이 그치지 않았다. 그럼에도 정부와 국회는 이에 대해 오불관언(吾不關焉) 했다.

실제로 이 시기에 모든 정당들이 대형마트 규제법안을 제출해 놓았으나 그것은 구색 맞추기에 불과했다. 열린우리당은 다수파 정당으로서 그것을 규제할 능력이 있었음에도 정부가 반대한다는 핑계를 대며 끝까지 하지 않았다.

하긴 노무현 정권이 나중에 가서는 한미 FTA 체결에 목을 매고 있었으니 그럴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시간을 질질 끄는 사이에 대형마트가 전국을 가득 채우게 되었다.

자영업자들의 아우성이 커지자 노무현 정부는 2005년 5월에 '영세자영업자 대책'이라는 것을 발표했다. 그들에게 직업 훈련을 통해 전직을 쉽게 하고 고용보험을 적용하고 일부 업종에 영업 허가제를 시행하겠다는 것이다. 본질을 비켜간 대책이나 그나마 제대로 실천하지도 않았다.

노골적으로 대기업 위주 정책을 펴온 이명박 정부는 말할 것도 없다. 자영업자들이 계속 붕괴해 나가는 상황에서도 모르는 채로 일관하고 있다. 오히려 자영업자들을 확인 사살할 자유무역협정 체결을 주된 경제 정책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한미 FTA를 비준하더니 이제는 한중 FTA의 체결까지 서두르고 있다.

▲ 부산 해운대구 반송동에 들어서는 GS마트에 항의하는 영세상인들. ⓒ프레시안(최형락)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커지자 국회는 2010년 말에야 마지못해 유통법과 상생법을 개정했다. 그리고 재래시장 500m 이내에 기업형 슈퍼마켓의 입점을 제한했다. 또 직영점뿐 아니라 프랜차이즈 점도 그 규제대상에 넣었다.

그리고 2011년 12월에는 총선을 의식하여 대형마트 등 대형 소매업체의 영업시간을 제한했다. 월 1-2회 의무적으로 휴업하게 하고 야간 영업도 제한한 것이다. 그런데 참으로 가관인 것이 야간 영업시간 제한을 밤 12시부터 아침 8시까지로 한 것이다.

한밤중에 구멍가게에 가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대기업의 반발에 밀린 하나 마나 한 규제에 불과하다. 또 이 법들을 현실화해야 할 지방자치단체들이 대기업 눈치나 보며 아직 미적거리고 있다.

정부기관들의 태도도 문제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010년 11월에 뜬금없이 유통 분야에서 대·중·소기업 간 상생협력을 잘했다는 3대 유통 대기업을 발표했다. 이마트는 우수(90점 이상),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양호(85점 이상) 판정을 받았다. 이럴 경우 공정위의 직권조사를 면제해 준다고 한다.

협력업체에게 잘했다고 하는 것이나 밀려나는 소상인의 현실은 아랑곳하지 않고 대형마트에게 아주 면죄부를 주는 행위이다. 국회의원은 물론 공무원들의 이런 무책임한 태도는 정말로 지탄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이렇게 대기업을 규제하는 법을 형식적으로라도 만들어 보아야 한미 FTA가 실효되면 모두 날아가게 되어 있다. 유통법이나 상생법에 따른 여러 규제가 모두 유통시장 완전 개방을 약속한 FTA 조항에 위배되기 때문이다. 결국 투자자-국가소송제도(ISD)에 걸려들 수밖에 없다.

소매업뿐이 아니다. 교육, 법률, 의료 등의 모든 서비스 시장을 외국기업들에게 개방하면 외국인뿐 아니라 대기업들까지 국내 서비스사업에 뛰어들 수 있는 절호의 명분과 기회를 얻게 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대기업은 살판나겠지만, 소상공인 및 자영업자들의 영업환경은 숨도 쉴 수 없을 정도로 더 열악하게 변할 것이다.

그러면 자영업자들의 상황을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

첫째로, 일자리 나누기를 통해 고용을 대폭 늘려야 한다. 그래서 대기업이나 중소기업이 과잉 자영업자들을 대폭 흡수하도록 해야 한다. 최소한 100만 명 이상은 흡수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그나마 수익성이 올라간다.

둘째로, 대기업이 자영업 부문에서 손을 떼도록 강제하는 일이다. 대기업들이 SSM이나 프랜차이스 편의점 등의 소매업이나 각종 프랜차이즈 사업에서 손을 떼도록 해야 한다. 대형마트마저도 지역 상황을 고려하여 상당 부분을 정부가 수용하여 폐쇄 조치할 필요가 있다.

셋째로, 중소상인 적합업종 지정 등 엄격한 업종규제, 지역규제, 시간규제를 통해 소상인들을 보호해야 한다. 이를 위해 한-EU FTA나 한미 FTA를 폐기해야 한다.

넷째로, 수출 위주에서 내수부문 확대로 정책을 전환함으로써 내수시장을 더 키워야 한다. 내수부문이 계속 쪼그라들어서는 자영업 문제가 해결될 수 없다.

다섯째로, 정부가 창업과 퇴출을 적절히 관리하여 자영업자들의 무작정 창업으로 인한 재산 손실을 막아 주어야한다. 제대로 된 창업 지도기관만 있어도 사정이 훨씬 나아질 것이다. 또 자영업자에 대한 4대 보험료 보조와 함께 파산하는 사람들을 위해 실업보험 등 사회보장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

여섯째로, 자영업자들이 정부의 정책결정에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해 주어야 한다. 인구의 15%에 달하는 대집단이 종사하는 부문이 자기 이익을 지키지 못하고 힘센 집단에게 일방적으로 당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를 위해 정부가 적절한 법적 조치를 취할 필요가 있다.

자영업자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그들이 자립적으로 살아가게 할 것이냐 아니면 사회보장 제도로 부양할 것이냐의 문제이다. 어떤 것이 우리 모든 국민에게, 또 국가에게 더 큰 부담이 될 것인지를 빨리 판단하고 행동해야 한다.

                                                                          / 도준환 전 부평 주영백화점 대표

* 민족미래연구소에서는 한국혁명넷을 개설하고 '한국혁명' 운동을 시작했습니다. <프레시안>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과 나아가 참여를 부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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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국 혁명 | 2012/03/27 17:11 | 시론 및 기고문 | 트랙백 | 덧글(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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